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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민원]피스톨즈 썰 11






"순영아, 뭐 하나 물어봐도 돼?"
"응, 뭔데."
"…너는 집이 어디야?"

문득, 생각이 들었다. 보육원 근처엔 마땅한 가정집이랄 게 없으며 학교까지는 지하철을 타고도 족히 40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순영은, 매일 아침 보육원 앞에서 날 기다려 주는 권순영은, 학교가 끝나면 다시 보육원까지 데려다주는데 40분- 그 이상의 시간을 쓰는 권순영은. 어디에 살고 있을까.

이번 주말에 우리 집에서 같이 놀래?

되려 예상치 못한 질문을 받아버려서 눈만 끔벅이며 대답을 못 하고 있었는데 그런 내게 권순영은 또, 나를 데리러 가겠다는 말을 내밀었다. 그러면 나는 또 허둥대며 거절했지만 결국 나는 그를 이기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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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응."
"부담스러워하지 말라고 했잖아."

순영의 집에서 같이 점심을 먹고 가정부 아주머니께서 챙겨주신 과일을 씹어 삼키면서, 소파에 앉아 채널을 돌리며 티브이를 보고 침대 위에서 각자의 편한 자세로 만화책을 볼 때도, 한참 시간을 보내다 저녁까지 먹게 되는 신세를 지면서, 어둑해진 밤 겉옷을 걸쳐 입는 순영을 바라보면서, 서로의 손을 잡고 깊수룸한 골목을 걸어 목적지에 다다른 그 순간까지도.

"순영아."

순영의 집은 학교와 아주 가까웠다. 버스를 탈 필요도, 지하철을 탈 필요도 없었다. 그저 10분 정도 걸으면 될 거리였다. 그 사실을 두 달을 보내고 나서야 알게 됐다. 그러니까 권순영은, 감히 내가 보상해 줄 수 없는 그 시간을 고작 나 때문에, …병신 같은 이지훈.

"생각을 해 봤는데, 아무래도…."
"싫어."
"…순영이 너는 나를 생각해?"

미안함이 너무 커서. 염치없는 나는 그것마저도 미안해서. 자격이 없는 내게 권순영은 한마디로 과분한 존재니까.

"순영이 네가 나를 생각해 주는 것만큼, 나도 너를 위하는 거야."
"받기만 해도 괜찮다고, 지훈아."
"아니. 앞으로는 데려다주지 않아도 돼. 데리러 오는 것도."
"내가 하고 싶어서. 해주고 싶으니까. 넌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니까."

어리니까, 어린 마음에. 그저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 재잘대다 호감이 피어나는 순간, 사탕을 선물해 주려 하는 개나리꽃 색의 아이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어린 마음에, 아직 나는 어리니까. 유혹에 취약하고 건네는 사탕을 의심 없이 받고서는 달콤한 맛에 쉽게 마음이 허물어지는, 권순영 앞의 이지훈.

"보육원 선생님이 그러셨어."
"......"
"미안해란 말 대신 고맙다고 말해주래."
"......"
"좋아하는 사람한테, 고맙다고."

그리고 먼저 안아주래. 뒷말을 삼키며 쭈볏쭈볏, 순영의 허리를 팔로 감싸고 가슴팍쯤에 얼굴을 묻었다가 한 발자국 뒤로 떨어졌다. 그 찰나로도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처음이었다. 누군가를 먼저 안아주는 것도, 이렇게 오래 많은 말들을 주고받는 것도, 아무 쓸모없는 내가 가지고 있던 전부였던 내가 무언가를 가지게 된 것도, 그리고 그게 권순영이어서.

순영이 나를 끌어안았다.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순영이 웃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누구랄 것 없이 더 힘껏 힘을 주어 한참을 서로 안은 채로 귓가에 쿵쿵 울리는 소리를 들었다.


날이 더워지고 있는 봄의 끝자락이었다. 온도가 너무 빠르게 오르고 있다, 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참 따듯해서. 조금 더 따듯해지면 한없이 좋을 것 같아서, 마냥 그렇게.









somsomda) 중학생이지만 그래도 설레주라...ㅎ....내가 미안해.....? 하루만에 쓴 거 치곤 만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