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Logout Link+ Admin Write

[호우/민원]피스톨즈 썰 6~7





​6. 나에게 나타나선 시선을 빼앗고



​"웬 길고양이 한 마리가 여기 또 있네."
"쓰레기 냄새 난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그리고 올해도 다시 시작된 지훈을 향한 명백한 조롱. 지훈은 익숙하다. 그리고 알고 있다. 지긋지긋한 희생양으로 살아온 자신과, 그런 자신을 도와줄 누구도 없단 것을. 제아무리 중종의 고양이과 반류라도 선뜻 나서기엔 모호한 나이다. 당당히 악당들을 물리치겠다며 플라스틱 검을 이리저리 휘둘렀던 머리에는 겁이 들어찼고, 제 날카로운 혼현을 드러내 집단의 뿌리박힌 문제를 지적하며 정의를 구현할 머리는 더욱이 아니다. 그래서 경종인 저는 그저 잡아먹힌다. 피라미드의 뾰족한 이치였다.

"자리에 안 앉을 거면 나오지그래."
"뭐?"
"비키라고. 자리에 좀 앉게."

지훈은 몸을 움츠렸다.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페로몬은 제 피부에 서늘하게 와 닿는다. 저보다 한참이나 위에 자리한 고양이과 반류였다. 나를 둘러싼 서너 명이 자리를 뜨자 아이는 제 페로몬을 걷어내고 내 옆자리에 앉아 가방걸이에 가방을 걸었다.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서둘러 고개를 돌렸다.

'권순영'

얼핏 보였던 명찰에 적힌 이름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7. 그냥 가만히 있을 상황은 아닌데



권순영은 내 옆에 있어준다. 나와 같이 밥을 먹어준다. 나와 같이 등교를 해주고 지금처럼 나를 데려다준다. 하지만 나는 이 상황을 더는 지속시킬 수 없었다. 더 이상은, 이 아이에게 손해야.

"저기…."
"이름."
"…순영아."

순영아.

너의 이름을 내 입에 담는 건 내가 너에게 지는 가장 큰 빚이야.

"내가…가진 게 아무것도 없어."
"......"
"가진 게 몸 밖에 없는데…근데…."
"......"
"부탁할게. 그만해주라, 제발…."

빚을 졌는데, 갚을 방법이 몸뚱이뿐이어서. 무섭고 억울했다.
나는 바라지 않았는데. 내게 왜 인사를 해줬어. 나를 왜 챙겨줬어. 내게 건네는 네 손길을 왜 거절하지 못 하게 했어.

"뭘 그만해."
"......"
"널 두고 그냥 가만히 있으라고?"
"......"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이지훈."

순영이 지훈의 손을 잡아 제 볼로 가져갔다. 작고 차가운 손이 순영의 볼에 닿으면 지훈의 손등 위로 순영의 손바닥이 겹쳐지고 순영은 천천히 페로몬을 내뿜기 시작한다. 반려에게 제 페로몬을 묻히려는 동물의 습성이었다. 그에 놀란 지훈이 손을 빼려는 걸 순영은 제지한다.

"잠깐만, 무슨…."

겹쳐 잡은 손이 목덜미로 내려앉고, 순영은 여러 번 지훈의 손바닥을 거쳐 얇고 하얀 손목까지 제 살갗을 문질렀다. 고양이 같은 움직임에도 맹수처럼 날이 선 눈은 오로지 지훈의 눈동자를 쫓았다. 그러다 시선이 엇갈리는 순간, 순영이 작은 몸을 끌어안으면 서로의 살이 맞닿았다.

지훈에게서 온통, 순영의 냄새가 났다.

"네가 가진 게 없어?"
"순영아…."
"지금 네 앞에 있잖아."
"......"
"네가 가지고 있는 것, 나 하나면 돼."




7-1. 응 뭐래




7-2. (일단 돌을 맞고 시작한다) 순영이는 지훈이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고 아침에는 지훈이와 같이 등교를 하기 위해 빵과 우유를 사들고 지훈이를 기다립니다. 학교에서는 지훈이와 같이 점심을 먹고 지훈이와 다니며 수업이 끝나면 깨워달라고 부탁도 해요. 학교가 끝나면 지훈이를 보육원까지 데려다줘요. 가끔 햄버거나 떡볶이도 먹으러 가요. 물론 수녕이가 사줍니다. 왜 그러는지는 묻지마세요. 그냥 그런겁니다. (또 한번 돌을 맞는다)
하지만 지훈이는 그 모든게 부담스럽고 의심스러워요. 그 누구도 자기한테 먼저 다가오고 잘해줄리 없다고 생각을 해왔거든요. 특히 자신은 경종이고 순영은 중종이니까요. 그래서 순영이 자신에게 잘 해주는게 두려워요. 이러다가 곧 본모습을 드러내며 품어왔던 악의를 드러낼 것만 같아서 무서워하죠. 가진 게 정말 아무것도 없어서 더요. 그래서 수녕에게 제발 그만해달라고 울먹이며 말합니다. 그 전부터 지훈이가 왜 잘해주는 거냐고, 나랑 같이 다녀주지 않아도 된다고 한사코 수녕의 챙김을 거절했는데 그마저도 순영에게 거절당했고든요.
더 이상 순영이 자신에게 이러지 않았음 하는데 오히려 자신을 반려로 만든 상황이 됐어요. 그리고 거기서 조금은 순영의 진심을 깨닫고 서서히 마음을 열어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