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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우/민원]피스톨즈 썰 8~10





​8. 모든 게 멈췄어 너를 마주하고서





때는 9월. 국어 수행평가로 학교 내 도서실에 들린 민규. 학교 입학 후 처음 와 본 곳이라 느릿한 발걸음으로 흥미 없는 시선을 툭툭 던지며 책장 사이사이를 돌아다니다 멈칫한 움직임. 제일 안쪽에 있는 책장 그 끝, 올곧게 서서 책을 읽고 있는 원우. 시선이 닿아진 순간부터 저를 감싸는 묘한 분위기에 숨조차 멈춰버린 채 그저 원우를 바라만 보게 된 두 눈. 정신이 돌아올 때쯤에 반류가 아니란걸, 알아차렸지만 중요치 않다. 종이를 넘기는 하얗고 가느다란 손, 고운 선을 이루며 옆을 보이다 마침내 민규를 향해 돌려지는 동그란 안경 써진 눈, 코, 입. …찾는 책 있어요? 그 낮은 목소리마저. …사랑에 관련된 책이요. 그날에 열일곱의 김민규가 열여덟의 전원우를 만나, 제 앞에 서있는 이 사람에게 여지없이 홀렸구나, 생각했다.





9. 이 기분은 아주 Nice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아니에요. 너무 제 취향대로 고른 것 같아서…."
"혹시 괜찮으면 내일 찾아가도 돼요?"

친한 선배가 한 명도 없는데, 선배님이랑 친해지고 싶어서요.

'20932 전원우'. 원우의 목에 반듯하게 걸려있는 학생증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친한 선배가 없는 게 아니라 두지 않는 거라고 말하는 게 정확하지만. 당신이랑 친해지고 싶은 건 사실이라고.

"응, 나도 좋아요. 자주 찾아와요."

한 학년 선배인 주제에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는 게 어쩐지, 집어삼키고 싶게 만든다고.


-


"선배, 이따가 점심 먹고 마셔요."
"…민규는 뭐 좋아해?"
"네?"
"점심 먹고 같이 매점 가자. 나도 민규한테 맛있는 거 사줄래."

아, 존나 귀여워…. 그날 이후 매일같이 딸기우유를 사들고 원우에게 찾아간지 4일째. 고마워, 잘 마실게…. 수줍게만 표현하던 마음이 한 뼘 성장했다. 이유는 알지 못한 채 그저 어린애 같다고, 생각이 들어서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선배가 사주는 거면 뭐든, 다 좋아요."





10. 너만이 내 세상을 흔들어 놔




"뭐냐."
"뭐가."
"개도, 고양이도, 아무리 봐도 뭣도 아닌데."

뭔데 그 선배한테 개새끼마냥 구냐고.

근 한 달째. 김민규는 반류가 아닌 원인에게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처음엔 그 큰 손에 어울리지도 않는 딸기우유를 들고서 어디론가 사라지는 빈도가 잦아지더니 이따금씩 여우 닮은 그 선배가 김민규 앞으로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니까, 한 치 보탬 없이 매 쉬는 시간, 둘은 서로에게 얼굴을 비췄으며 종국에는 점심마저 같이 먹게 됐다더라.

"너 미친놈인 건 이미 알고 있어."
"꺼져, 미친 새끼야."
"뭐 어쩌고 싶은 건데. 아저씨한테 물어뜯기고 싶은 거냐?"

최중종인 김민규의 부모님이 저러한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 늑대의 목덜미는 분명 남아나지 않겠지. 한낱 심심풀이 땅콩으로라도 원인과의 정신적, 육체적 사랑은 금단의 것이다. 반류로서의 본질을 흐리지 않으며 품위를 지키고 종족의 번식과 함께 손에 쥐려는 권위.

삼각형의 꼭짓점 바로 아래에 있는 김민규는, 그렇기 때문에, 사교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제 성격을 죽이지 않으면서 부모의 성에 완벽히 들어차는 반류가 제 반려로 정해지기를 얌전히 기다려야 하지만, 그래, 사실.


석민은 같은 반류로써, 맹수로써 안다. 김민규, 저 늑대가 전원우에게 제 냄새를 한가득 묻히고 싶어 안달 나 있다는걸.





후 쉬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