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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찬] 일단 던지고 본다

부임 한 학교로 첫 출근을 일주일 앞두고 이사를 했다. 2학기 시작과 함께 근무하게 된 터라 찌는 열기 속에 얼추 짐정리와 청소를 마치고 나니 11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다. 종일 밥을 못 먹었으나 딱히 허기진 생각도 없어 옷가지와 수건을 챙겨 욕실로 향했다.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한번 탈탈 털어낸 후에 담배를 찾아 들었다. 발코니—흔히 베란다—로 나가니 아마도 옆집에 거주하는 남자가 담배를 태우고 있는 중이었다. 원목으로 된 테이블 위에 재떨이로 사용되는 듯한 종이컵과 의자가 비치되어 있는 게 행위를 위해 꽤 그럴싸한 구색을 갖췄다지만.
딱 봐도 어려 보이는데. 새로 이사를 왔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무슨 말이라도 건낼까 생각했지만 그만 뒀다. 괜한 사명감으로 둘러싸인 직업병 같은 같은 거라. 담배를 두 모금 째 빨아들이고 연기를 내뱉을 때 남자가 일어나 집 안으로 들어갔다. 한 치 눈길도 없네. 단순히 생각했다. 그에게 줄곧 던지던 시선은 담배를 한 모금 깊게 빨아들여 속으로 삼켜내며 허공 어딘가로 띄워냈다. 곧 있어 난간에 담배를 지져 끈 후 꽁초를 들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옆집에서 뱉어내는 불빛은 없었다.


토요일 늦은 오후, 발코니에서 담배를 다 태워 갈 때쯤 옆집 남자가 모습을 보였다. 그로써 두 번째 만남—이라 하기엔 뭐 한—이었는데 머리가 검게 물들여져 있었다. 회색이었는데. 한 여름에 검은색으로 염색이라니. 어쨌거나, 그를 뒤로 한 채 집으로 들어섰다. 더웠다. 늦은 저녁, 밤엔 그가 먼저 자리에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찰나 고민하다 난간 끝으로 다가섰다.

"안녕하세요. 며칠 전에 옆집으로 이사 왔는데, 인사가 늦었네요."
"아…. 네, 안녕하세요."

눈길도 없더니, 표정도 없다.

"음, 28살 이에요. 권순영이라고 합니다."
"…담배 빌려드려요?"
"아뇨, 괜찮습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돈 벌어서 담배 사고 용돈벌이하는 정도는 돼요."

담배 연기와 함께 내뱉는 말이 길다. 학생이구나. 웃으며 담배 한 대만 빌려달라 부탁하자 답뱃갑을 건네왔다. 옆집과의 발코니 사이 간격은 가까웠다. 마음 먹고 까짓것 잘만 하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담배를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멘솔이네. 스무 개비에 4500원이나 하는 것을 다시 돌려주지 않고 있어도 신경을 안 쓴다. 그저 건너편 아무 곳이나 시선을 두고선 담배를 피워댄다.

"몇 살이에요?"
"......"
"학생이잖아요."

고개가 돌려지고 닫혀있던 입술이 살짝 벌어지고 느리게 두번 두 눈이 감겼다 떠진다. 눈을 밑으로 굴리다 조심스럽게 시선을 맞춘다. 웃음이 터져 나왔다. 들켜버린 한마디에 표정이 저렇게 쉽게 변하나.

"이름은 뭐에요?"
"…이 찬이요. 외자."
"찬이, 이름 이쁘네."

몇 모금 빨아들이지 않은 담배를 끄고 담뱃갑을 쥔 손을 들어흔들어 보였다. 이건 내가 가져가요. 여전히 웃으며 말 하는 나와 달리 그의 미간은 괜찮지 않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감정이 다 드러나는, 그 나이 언저리에 충분히 어울리는 표정이라고 생각했다.







somsomda) 이 이후로 쓸 엄두가 안 나서 묵혀놨다가 그냥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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