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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세븐틴]

[석순] WINE, H





"미친."

아무 생각 없이 달력을 훑어 보던 석민이 욕을 내뱉었어. 아니 사실 욕을 내뱉기도 전에 소름이 팔을 타고 올라와 머리에 든 생각이 석민의 뒷통수를 아주 제대로 치는 느낌이었어. 오늘의 날짜는 6월 22일이지만 석민의 시선은 15일에 멈춰있어. 석민이 입을 벌린 채로 생각해.

권순영 생일. 미친, 권순영 생일...나 안 챙겼..어...?

일주일 전에 순영의 생일이었는데 요즘 너무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정말 생각조차 못한 석민이야. 중학생때 친구로 처음 만나 10년을 알고 지내고 5년을 연인으로 지내면서 단 한번도 생일을 안 챙겨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순영의 생일을 까먹는 것도 모자라 일주일이 지난 지금에야 생각이 났는지 석민의 멘탈이 흩날려. 덧붙여 같은 회사고 같이 살고 있어서 정말 매일 보는 얼굴이라 석민이 한 손을 테이블에 괸 채 머리를 짚어.

진짜 제대로 정신이 나갔구나, 이석민. 나가 죽어라 제발. 이석민 미친아...

자책은 다 하던 석민이 이내 의아해 해. 얘는 왜 아무 말이 없어..? 생각해보니 생일의 'ㅅ' 자도 언질이 없던 순영인거야. 석민이 고개를 들어 옆을 봐. 거기엔 디자인 드로잉을 하고 있는 순영이 있어. 석민이 순영이를 부르면 순영이도 석민을 쳐다 봐.


"순영아."

"응?"

"...왜 생일인 거 말 안 했어."


석민이 바쁘면 보통 순영이도 똑같이 바빠. 그래서 순영이도 자기 생일 깜빡한 것도 있고 부모님이랑 친구들한테 받은 축하가 무색하게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다음 날 늦잠자고 일어나니 자기 생일은 완전히 잊은 순영이었어. 그런데 석민이 갑자기 제 생일 얘기를 꺼내는 턱에 눈동자를 굴려.


"내 생일 지났잖아."

"응, 그니까...미안해. 내가 진짜...아..."


생일날 축하는 커녕 미역국도 못 먹은 순영에게 제가 뭐라 할 말이 있겠냐는 석민은 너무 미안해서 말도 제대로 끝맺지 못해. 그런 석민에 순영은 살풋 웃으며 생일 챙겨서 뭐하냐며 괜찮다는 투의 말을 해. 나도 몰랐는데 뭘. 여태껏 잘 챙겨줬잖아. 

석민은 속이 무너지는 것 같아. 원체 자기 생일에 감흥이 없는 순영이었고 항상 갖고 싶은 생일선물도 없다며 됐다고 괜찮다던 순영이었어도 매년 자신과 함께 했던 생일을 좋아했던 순영인데 저렇게 말하니까 다시 한 번 자책하게 된 석민은 입을 열어.


"나 잠깐 나갔다올게."

"이석민. 나 진짜 괜찮아."

"...금방 올게."


닫힌 문을 바라보며 순영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숨을 내쉬어. 속상하단 표정이 여과없이 드러난 석민의 얼굴에 순영은 괜찮지가 않아.





한 20분 쯤 지났을까 돌아온 석민의 손엔 순영이 좋아하는 타르트와 아메리카노가 들려있어. 석민의 소리에 고개를 든 순영이 그 모습을 보곤 나지막히 석민의 이름을 불러. 이석민.


"이따 저녁 먹고 들어가자."


예약해놨어. 말하며 자신의 테이블에 타르트와 커피를 내려놓는 석민을 보며 어쩔수 없다는 듯 웃으며 말해.


"먹여줘."





저녁을 먹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사온 치즈케이크는 와인과 함께 늦은 밤 식탁에 올려져있어. 순영은 식탁에 올려둔 팔에 턱을 괸 채 야금야금 석민이 먹여주는 케이크를 받아먹고 있어. 생글생글 웃고 있는 순영의 얼굴을 보며 석민은 말해.


"생각 할 수록 속상해."


귀엽다, 진짜. 웃음이 터지며 옆으로 돌렸던 고개를 바로 한 순영이 석민에게 케잌을 떠 먹여줘. 석민은 항상 그랬어. 적어도 2주 전부터 생일선물 갖고 싶은거 생각 해 놓으라며 누구보다도, 저보다도 자기를 더 생각하고 챙겨줬던. 생일 정말 별 거 아닌데. 생일 축하를 받고 싶었다면 그날 아침 고소한 참기름에 소고기를 볶아 끓인 미역국을 제 연인에게 챙겨 먹이고-제 연인은 미역국의 의미를 몰랐겠지만- 바쁜 하루를 잠시 멈춰 그날 밤엔 제 연인에게 안겨 잠에 들었을거야. 그러니까, 그냥 석민이 제 옆에 있는 것, 그 자체로 충분히 고마운데 정말 어쩌다 딱 한 번 못 챙겨준 생일에 이렇게 시무룩해 하는 석민이 너무 좋다고 느낀 순영이야. 귀엽고, 사랑스럽고, 잘 생긴 내 이석민.


"생일선물 받고 싶은 거 있는데, 나."


뭔데? 다 말해. 다 해줄게. 석민의 대답에 순영은 와인 한 모금 마시곤 입을 열어.



"와인보다 더 역사적이고 황홀한 밤?" 








somsomda)와인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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