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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석순 첫사랑

"옆에 앉아도 돼?"

순영은 말 없이 생각해냈다. 4년 만인가. 아니, 5년 인가. 기억이 잘 안 나네. 언제 만났더라.
중학교를 입학하고 그 해였나. 아니, 그 다음 해였던가. 그리고 정확히, 언제 헤어졌었지.
열다섯 끝자락의 겨울방학? 아마도 그 언저리에서 네가 전학을 갔었는데. 그리고 그 일 년 뒤쯤에 너와 나는 이제 남보다 못 한 사이가 됐다, 라고 네가 내게 말했던가 내가 혼자 생각했던가.
우리가 어떻게 친해졌고 시작이 뭐였는지 이런 데서도 기억력이 안 좋네. 그저 나는 많이 아파했고 많이 그리워했고 많은 시간 미련을 가져와 아직도 네 이름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 지금 내 앞에 네가 있다는 것만큼이나 분명하게 그건 사랑이었다고 나는 기억한다.
한참 끝에 응, 이라고 대답했다. 어째서 확신만이 들었을까. 키가 자라고 교복을 벗었으며 앳된 모습은 이젠 찾아 볼 수 없는데, 왜. 여지껏 봐왔던 얼굴이라는 듯 당연하게 네가, 네 이름이 떠올라서 어떤 말을 입 밖으로 내야 할지 아니면 그저 입을 닫고 있어야 하는건지.
토 할 것 같아. 심장 박동 소리가 이렇게 빠르고 크게 들린 적이 없었는데, 그게 다 들통 날 것만 같아 두 손을 자켓 주머니에 넣고 눈을 감았다.
차라리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을걸. 교수님이 들어오실 때까지 엎드려 있을걸. …만약 그랬어도, 너는 내게 말을 건넸을까. 아아, 안돼. 진정해 권순영.

"오랜만이야."
"아……."

입 밖으로 뭐라도 튀어 나올 것 같았다. 애초에 이렇게 너와 내가 만날 상황이 될수가, 심장이 이렇게까지 뛸 사이가 이제는 무엇도 아닌데.

"나 기억하려나."

자꾸만 입 밖으로, 토 해낼 것 같아….



"이, 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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